adminJun 04.2010
[교단일기] Tenuto
Tenuto 황희연(세종한국학교2010-6-2)여. 름. 방. 학.꺄~아~악~ 오예~ 오예~알림 장을 본 반 아이들은 천장을 날려 보낼 듯 소리를 질러댔다.옆 반이 방해를 받던 말던 더 부추겨 목청을 돋게 했다.얼마나 신이 나면 저럴까!그 귀한 토요일 아침을 흥미도 없는 한글 공부를 위해 받친 보상으로 소리를 지르고 난 학생들은 한결 마음이 흡족하고 가뿐해 보였다.여름 방학 때 꼭 해야 할 것들을 프린트 물을 통해 확인해 주니, 모두가 할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밑줄을 긋고, 동그라미를 그리고, 숙제를 언제 갖고 와야 하느냐는 질문까지 한다. 그 중에서 나이가 제일 많은 한 녀석, 벌써 가방은 챙겨져 등에 메어져 있고, 알림 장은 꼬깃 꼬깃 두 손에 감싸 있었다.마지막 날까지 화를 낼 수 없어 주시(注視)만 하고 수업을 진행하는데, 손을 든다.「선생님, 숙제요, 왜 줘요? 방학이잖아요.」순간 할 말을 잃고, 정적이 흐른다.숙제를 제일 잘 해올 것 같이 열심히 밑줄 그며 질문하던 가장 나이 어린 녀석이 맞장구를 치니 모두「방학! 방학!」을 연호(連呼)한다.얼마 전, 「소원을 말해봐」시간에 소원 0 순위로「숙제 없기」가 차지한 것을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들어, 못 이기는 척 숙제 계획표를 회수 했다.더욱 신이 난 이 녀석들,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난리법석이다. 개인으로 공부하는 학생들은 오히려 여름방학을 한글 공부에 절호의 기회로 여긴다.평상시에는 방과 후와 주말에 특별 활동을 많이 하기에 주 한 시간 하던 수업을 주 두 번이나 두 시간으로 연장해 달라고 부탁이지만, 정규 직장이 있는 나는 쉽게 대답을 하지 못한다.이번에도 몇 분이 자녀들의 한국어 공부에 대해 문의를 하셨다.애칭이「한글」인 학생의 어머님이 소개한 2세인 이 분의 자녀는 일곱 살 아들과 여섯 살짜리 쌍둥이 남매인데, 동네 한국 학교를 보내 보려고 몇 번 시도를 했다가, 친정 어머니께서「민폐」라며 극구 말리셔서 포기한 상태이니 더 늦기 전에 도와 달라고 하셨고, 다른 한 분은 한글이가 부르는 한국 동요를 듣고 한글을 가르쳐 보고 싶다고 하셨다. 한글 공부를 하며 동요를 많이 부르고, 간단한 악기이지만 직접 연주하게끔 하니 아마 흥미 유발에 약효(?)가 컸는지 대부분 한글 과외시간을 기다린다고 부모님들께서 말씀하시며, 한 어머님은 아이가 툭하면「Tenuto 」하는데, 도대체 Tenuto (테누토)가 무엇이냐고 의아해 하시며, 질문을 하셨다. 학교와 다르게 개인 교습을 하면 학생들과 일대 삼, 사 정도이니 아무래도 배울 기회와 내용을 맞추기가 좋아, 수업시간에 가끔 음악적 용어나 기호를 사용하여 학생들의 분위기를 띄워 주기도 하고 질서를 잡기도 하고, 별명으로 불러 주기도 하는데, 그 중에서 사용 빈도가 많은 테누토(음표 밑에 __ 로 표시 되며, 음 길이를 충분하게, 시간을 가지고) 를 아이가 가정에서 사용했나 보다.학생들 대부분이 아직은 어리기에 15분 정도 수업하면 집중력이 떨어질 때, 「_」를 보여 주며「테누토」하면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다.반대로 축 처져있는 학생에게는「스타카토」를 붙인다.너무 흥분되어 있을 때는「Andante」, 분위기가 우울할 때는「A Tempo」, 티격 태격일 때는「Dolce 부드럽게」, 자신 없는 학생에게는「Forte 강하고 자신 있게」나름 생각을 모아 수업을 하니 학생들도 사용하면서 분위기를 도와 주곤 하는데,아이에게 어느 때「테누토」라고 했는지 물어보니, 엄마가「빨리 빨리 숙제 하라」고 할 때였단다. 그렇다. 학교에서든 개인으로든 한글을 배우는 학생들은 다 똑같다.학생 개인의 의지로 한글을 배우는 것이 아니고, 전적으로 어머니의 강요와 강제로 배우기에 학생들은 꿈에도 소원이「진짜 방학」이다.이런 학생들이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면 연호(連呼)하는 방학을 이번만이라도 「Adagio 매우 느리고 평온하게」로 지낼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다면 좋겠다.그러기 위해서는 아이가 어머님께 지시 했듯이「테누토」하여, 자녀를 믿고, 자녀와 시간을 가지며 한국어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게 한국어 공부가 시작되는 것임을 알아 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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