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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야기 (2) – 부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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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dmin
조회 1,507회 작성일 10-05-19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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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야기 (2) – 부부 사랑                                                                                                  황정식

5월은 가정의 달이다.
5월엔 우리들의 새싹 어린이 날이 있고, 어머니 날, 어버이 날도 있고, 봄이 무르익는 신록의 계절이며 또 많은 축제의 날도 있다.  또 5월엔 새로운 가정의 탄생을 의미하는 결혼이 많은 달이기도 하다.

2010년 5월 18일은 우리 부부의 결혼 25주년이 되는 날이다.
때로는 길게만 생각되던 사반세기의 세월이 마치 꿈속의 한 순간처럼 지나가 버렸다.
다시는 되 돌아 갈 수 없는 지난 세월은, 말로 표현 하거나 설명 할 수 없는
인생의 여정을 지나 오면서 여기까지 지금의 모습으로 인도하여 주신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

무엇보다 나의 인생 중 많은 시간을 나의 기준으로 스스로에게 도취되어 살아왔던 
나에게 이해 할 수 없는 방법과 인도하심으로 돕는 배필을 예비하여 주시고, 그를 통하여 나를 변화시켜 주시고, 나의 인생이 축복받은 삶임을 깨우치게 하여 주신 은혜에 감사 드린다.

나의 결혼은 아버지의 목숨을 담보로 강제로 이끈 결혼이었다.
아내를 맞선으로 만났거나 연애를 통하여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발전하여서 하게 된 통상적인 관념의 결혼과는 거리가 먼, 마치 언제 터질지도 모르는 시한 폭탄과도 같은 위험 요소를 다분히 안고 시작한 결혼이었다.
객관적으로 표현하면 의도적으로 한 것은 절대로 아니었지만 결론적으론 진실이 숨겨진 채 이뤄졌으니 사기 결혼이었고, 억지 결혼 그 차체였다.
그러나 일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 할 수 없을 것 같은 결혼 생활이 지금까지 굳건하게 유지되고, 그 어느 결혼보다 행복하며 축복받은 결혼이라고 자부 할 수 있었던 것은 억지로라도 자식을 향한 부모님의 간절하신 마음을 거역 하지 않았던 철부지 자식을 향한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섭리였다고 고백하여 본다.

결혼 초기, 잠을 자며 무의식 적으로 실언을 하거나 아내에 대한 무관심, 자신의 부자연스러운 언행들, 또 아내가 홀로 감당 했어야 했던 일련의 사건들을 생각하면
모든 것을 참으며 오직 기도로 하나님께 의지하며 현모양처의 모습을 잃지 않고 살아 온 아내에게 미안하고 감사 할 뿐이다.

나는 아내를 만나기 전에 이미 중학교부터 10년 넘게 사귀어 오던 애인이 있었다.
고3 재학 중 이민 온 이후론 결혼을 전제로 일편단심 민들레처럼 한 눈 팔지 않고, 시시콜콜하고 사소한 것까지도 소홀히 하지 않고 나의 모든 것을 걸고 인생의 최우선 과제처럼 살아온 시간이었다.   이미 집안에서는 결혼을 기정 사실로 인정하고, 대학 재학 중엔 결혼을 위해 한국을 다녀 온 적도 있었다.
그러나 가장 의지하는 딸만큼은 절대 미국으로 시집 보낼 수 없다는 애인 부모님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쳐 홀로 돌아 온 후에도 좌절하지 않고 유학 과 취업 방법으로 다시 만나기 위해 노력했던 몇 년의 세월……
그러나 세월의 흐름 속에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자신과는 달리 늘 자신의 현실 앞에 충실하며, 감정의 표현을 자제하고 관망적인 애인에게 서서히 지쳐 가고 있을 때 자신의 귀한 딸을 주시겠다는 어느 권사님의 요청에 관심을 갖고 어린 대학생과 현지 데이트를 하게 되었다.
결국 하나님께서는 이런 방법으로 끊을 수 없었던 첫사랑을 단절하게 하여 주셨다고 믿는다.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 성실하고 효자라고 믿었던 아들의 이상한 변화를 알게 된 부모님은 대 노 하셨고, 아들의 결혼 반대에 자존심이 심히 상하셨던 부모님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평소 알고 계셨던 고향의 덕망 있는 집안에 청혼을 하셔서 양가 부모님께서 먼저 결혼얘기를 하게 되었다.
그 해 여름 한국에 가지 않겠다는 아들을 강제로 끌고 나가 억지 선을 보이고,
통통하고 미인이 아니라서 결혼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아들 앞에서 혀 깨물고 자살 하시겠다는 아버지의 협박 앞에 귀국 전 날 할 수 없이 허락한 결혼이었다.

그러나 서로의 마음과 사랑을 확인 할 수 있는 시간적인 기회도, 노력도 없었지만 
나의 목숨을 걸고 끝까지 버티지 못하고 결혼 하겠다고 항복을 해야만 했던 정말 중요한 이유는 한국에 나오기 전 아내에게서 받았던 자신을 소개하는 편지에서 읽었던 성경 구절을 인용한 마음의 표현 때문이었다.
그 동안 결혼을 전제로 십 년 넘게 사귀었던 사람에게서 간절히 갈망하였으나 찾을 수 없었던 확고한 결혼관을 나는 단 한번의 아내의 편지에서 읽고 무척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 이 편지에 저는 좌편으로나 우편으로나 치우침이 없이 굳힌 저의 생각을 쓸려 합니다.  
아부라함의 종이 이삭의 신부 리브가를 나홀의 성 어느 우물가에서 만나고, 요셉의 노예 생활, 옥중생활 가운데 꿈 해몽하는 일로 애굽왕 바로를 만나, 총리 대신이 된 일, 다니엘 과 바벨론 왕 과의 만남…… 이는 성서에 나오는 내용으로 모두가 하나님이 예비하신 섭리의 만남입니다. 
두 집안의 만남, 저와 정식씨의 앎, 만남 이를 필연적, 예비된, 준비된 만남에 저는 초점을 맞추고자 합니다.
두 남녀가 만나서 백년가약 하여 회로 한다는 이 중요한 문제에서 모래 위에 집을 세우는 어리석은 사람은 없겠지요.
두 사람의 사랑으로 굳게 다져진 반석 위에 서로의 믿음과 존경과 이해를 주춧대로 하고, 자신들을 어느 누구보다 잘 아시는 부모님들의 따뜻한 보호와 말씀 위에 집을 세운다면, 비바람이 불고, 홍수와 태풍이 몰아쳐도 무너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사람이 곧 지혜로운 사람이겠지요.

너무 성급하다 하실지 모르겠으나 제 생각은 상기와 같으니 정식씨도 확실하고 뚜렷한 의사를 적으시어 이 글을 받는 날 저녁에 곧 답을 쓰시어 제에게 주신다면 
저는 아마 20일경에 받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하루라도 늦어지면 저의 고향집으로 보내 주시길 바랍니다.  21일부터 여름 휴가가 시작되니까”

불교 집안에서 태어나 생전 교회 문턱을 넘어본 적이 없는 자신이었지만 아내의
표현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함축된 말을 할 수 있을까???!!!

막상 나의 눈앞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여고 선생님의 겉모습은 젊은 철부지 남자가 바라는 미인형/이상형은 아닐 지라도 사리 분별력을 상실한 천치 바보가 아니라면 
“속이 꽉 찬 여자 이구나” 라는 인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그래서 마음속으로 정말 어찌 해야 할 지 모르고 우 왕 좌 왕 고민하며 갈등 해야 했던 일생 일대의 숨막히는 순간들이었다.

약혼을 하고 미국에 돌아 오니 이런 편지를 보내 주었다.
“희연이를 잘 만드세요.
정식씨의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그런 희연이로 만드세요.
모든 것 정식씨 손에 달렸어요.
희연이도 그럴꺼예요.
희연이의 나머지 인생을 정식씨께 투자 할꺼예요.”

꿈속의 한 장면처럼 25년의 세월이 흘렀다.
첫사랑의 신비함을 잊어버려 표현에 무관심하고, 늘 일에만 빠져 살아온 나의 뒤에서 늘 기도하여 주고, 참아 주며, 용기를 북돋아 준 아내가 있음을 알기에
나는 하나님이 예비하여 주신 돕는 배필의 의미를 실감하며, 세상에서 가장 축복받고 행복한 사람이라고 확신하며 감사 드린다.
이제 나의 삶에서 진정 없어서는 안 될 인생의 동반자며, 친구가 되어준 아내,
한 없이 부족한 남편에게서 받았을 마음의 상처를 그대로 되 돌려 주지 않고,
처음 나에게 주었던 약속을 실천으로 보여준 아내의 사랑에 감사 한다.

희연아!
이 부족한 나를 위해 당신을 예비하시고 보내주신 하나님께, 그리고 미련하고 부족한 자식이 안타까워 자결까지도 결심하셨던 부모님의 간 절 하셨던 심정을 되새기며 감사한다.
이제 또 앞으로 25년을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면서 우리 귀한 아들 과 딸에게 본이 되고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돕는 배필이 되도록 나도 더욱 노력 하리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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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borah님의 댓글

deborah 작성일

소설 같은 이야기이네요.


재미 있고 감동적으로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