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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속에 지우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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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지연
조회 1,632회 작성일 10-05-03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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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즈음의 일입니다.

어느 형제님댁에 초대받아 배부르게 먹고 하하 호호 한바탕 좋은 시간을 가진뒤

영육이 충만한 가운데 거의 7 시간만에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집안이 콘서트에서 대형가수들이 등장할때와같은 연기가 자욱한가운데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르고 있었습니다.

외출하기전 스토브에 전날먹던 김치찌개를 한번 끓여 놓기 위하여 가장 센불로 켜놓고는 까맣게 잊고는

가볍게 차를 타고 나가버린것입니다.

사태 파악후 저를 슬픈 눈으로 바라본 남편왈 " 하나님의 언혜다. 언혜야."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그 타는 냄새가 옷장 속안이며 책사이사이 까지 배어들어서

저희 집에 속한 모든 것들에서 한동안 그 냄새와의 전쟁을 치러야 했습니다.

제 딸의 퓰룻 선생님도 퓰룻악보에서 담배냄새가 난다며 집에 누가 담배피우냐고 물어 보더랍니다.

엄마가 불에 뭐 올려놓고 잊어버렸다고했더니 선생이 웃으면서 자기도 가끔 그런다고 오히려 제 딸을 위로했답니다. 

정말 하나님의 은혜로  그때 아무일도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그 일을 생각하면 저는 지금도 아찔합니다.

 

저지른 일이있기때문에 한동안 저는 자숙하는 의미로 살림에 충실하며 스스로 저를 낮추어 가족들을 섬기며 자기를 부인하는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수없이  냄비 태워먹기, 사람 이름 기억 못하기, 왼손에 열쇠들고 열쇠찾기, 방에 왜 들어왔는지 기억 안나기,

계단  중간에서 내려가고 있었는지 올라가고 있었는지 고민하기,  친구랑 전화하다 " 잠깐만 가스불 좀 끄고 올께. " 

하며 가스불 끈 후 통화중이었음을  잊어 버리고 외출하기 등등.

 

늘 허둥지둥 바쁜 어머니로서의 삶을 사는 저희 여자들에게 늘 있는 일입니다. ( 현재 그럴듯하게 포장 중 ) 

 

실제로 주부 건망증은 만성스트레스와 피로 그리고, 단순하고 반복적인 가사노동이 주원인이라고합니다.

어쩐지....

머리속에 처리해야 할 정보가 지나치게 많거나  어떤일에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완벽한 일처리를 위해서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초조상태일때, 신체적인 피로와 수면부족일때 집중력을 저하시켜 건망증을 유발한다고 하니

늘 바쁜 아내들을 위해 남편들이 조금씩 그 짐을 나누어 지면 아내들의 뇌세포와 가정에 동시에 평화가 찾아올것같습니다.

 

저처럼 단기 기억장애 혹은 뇌의 일시적인 검색능력 장애로 이미 잠시 사고를 쳤을땐

도가 지나치지만 않는다면 너그러이 애교로 품어주시고  아내가 너무 좌절감을 느끼지않도록  죄인 다루듯이 몰아세우지 않는 배려까지 해주신다면 정말 당신은 사랑받는 남편.

 

아내들이여 아무리 뇌정보 용량이 초과 되더라도 그래도 다림질 도중 전화벨이 울릴땐 반드시 다리미가 아닌 전화기를 받읍시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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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연님의 댓글

신지연 작성일

항상 글에 적당한 사진을 붙여 주시는 백윤기 형제님 감사합니다.


오늘은 어떤 사진을 달아주실까 궁금해 하면서


그 사진을 보려고 글을 쓰기도 합니다.


어디서 이런 사진들을 잘 찾아내시는지. 


이번엔 펄펄끓는 가마솥 사진을 달아놓으셔셔 다시 작년 그날의 아슬아슬함이 제대로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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뱁새 걸음님의 댓글

뱁새 걸음 작성일

낄낄, 재밌습니다.

우리집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지난 달에 있었느데요, 우리 경우는 약한 불로 냄비가 다 타서 냄새가 그리 심하지는 않았으나, 코가 나쁜 나도 집에 들어오니까 금방 알았음.

아내가 아무 냄새도 안난다고 첨에는 부인을 하였으나 나중에 결국 실토.

신자매님 경우에는 정말 언혜입니다.

미국에서 나는 불중에 70% 가 부엌에 켜놓고 깜박한 불때문입니다.

왜, 스토브에 timer 를 달아서 1시간이면 무조껀 꺼지게 안만드는지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르겠음.

누가 특허 내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