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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하경
조회 64회 작성일 24-04-08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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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코로나가 미국에 서서히 퍼질때쯤, 3월 말에 내 결혼식이 예정되어있었다. 그때 형제와 내가 섬겼던 담임목사님께 주례를 부탁했고, 교회 동역자들에게 축가를 부탁했고, 담당 청년부 전도사님 자녀들에게 화동을 부탁했다. 내 가족들은 다 한국에 계시는데, 엄마께서는 3월 초에 미국으로 먼저 오시고, 아빠와 나를 위해 오랫동안 기도해주셨던 권사님 두분께서는 결혼식 10일전에 오시기로하셨다. 코로나에 대해 다들 경각심이 심했던 터라, 코로나 발병은 2주의 잠복기간이 지나야 알수있다고, 미국에서 해외에서 여행온 사람들은 2주 자가격리를 권장했던 때였었다. 


엄마가 먼저 오시고 그래도 남은 기간동안 순조로이 잘 진행될줄 알았던 결혼식 준비는 전도사님의 전화 한통 이후로 나락으로 떨어졌었다. 한국에서 오는 아빠가 2주를 채우지 못하고 결혼식에 참여하기 때문에, 목사님의 주례를 받으려면 결혼식에 아빠가 있으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우리 결혼식에 참여하는 모든 인원들은 예배에 2주동안 나올 수 없다고 성도들에게 알리셨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오시는 아빠가 10일과 14일 사이 코로나가 발병할 수 있고 결혼식에 오신다는 이유때문에. 하지만 아빠가 없는 결혼식은 옵션도 아니었기에, 교회사람들 줄줄이 결혼식에 갈 수 없을것 같다고 미안하다고 연락이 왔고, 결국 사진을 부탁했던 남동생이 다니던 버지니아 목사님께서 사진과 주례를 봐주셔서 가족끼리 조그맣게 결혼예배를 드렸다. 


결과를 보면, 아무도 아프지 않았고, 좋은 날씨를 허락해주신, 승리하신 주님을 찬양합니다지만, 그 과정 속에서 교회에 대한 배신감과 목사님, 전도사님 그리고 같이 섬겼던 교회 동역자들에 대한 실망감은 이루어 말을 할 수 없었다. 어떻게 한 가정의 시작을 축복하지 않으며 목회를 하실 수 있으시지? 어떻게 결혼식에 아버지를 들여보낼수 없다고 얘기할 수 있지? 내가 섬겨 왔던 교회는 나와 형제가 이루는 가정 그리고 교회의 첫 시작을 축복하지 않는구나. 모순적이고 위선적인 교회야. 하나님께서 기쁘게 받지 않으실 마음인것을 알면서도, 더이상 목사님께서 선포하시는 말씀을 들을 수가 없었다. 몸과 마음이 거부했다. 교회 사람들만 생각하면 미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말씀으로 채워지지 않고 미움으로 가득했던 나의 영은 나에게 울림을 주는 목사님들의 설교를 유투브에 찾아서 체리픽킹을 하며 듣게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캘리포니아에 오게 되고 환경이 바뀌면서 좋은 공동체를 만나 다 괜찮은줄알았다. 하지만 ‘순종'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을때, 나의 이 추악한 마음과 아직 회개하지 않았던 그 마음을 가장 먼저 드러나게 하셨다. 시간과 환경이 바뀌었을 뿐, 진장 나는 변화하지 않았던, 내 마음 안에는 아직도 불순종이 자리잡고 있음을 깨닫게 하셨다. 책에서는 나같은 사람들을 하나님을 섬기면서 불순종하는 사람, 부분적으로 순종하는 사람, 이를 통해 ‘성경적' 종교행위나 예배에서 사탄이 영광을 취할것이라고 했다. 예수님은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것이니라 (마16:24)” 라고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순종할수있는 유일한 길은 십자가를 지는 것, 우리의 계획과 욕심이 죽어야 오로지 순종할 수있음을 알려주신다. 그리고 이번 1년동안 제자반 과정을 들으면서 두루뭉실했던 “순종”이라는 키워드를 이 책을 통해서 조금씩 계속 형체화하고 구체화할 수 있었던것 같았다.


마냥 나의 계획과 욕심을 죽이고 나의 자아를 죽여야만 순종이 가능하다고 하면, 오히려 나의 상태에서 더욱이 반항심이 들었을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은 나에게 심심한 위로를 해주었다. 지혜로우신 하나님은, 그 깊이를 아무도 헤아릴 수 없는 지혜의 원천되시는 하나님은, 절대 우리에게 아무런 목적없이 고난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하신다. 

그 뿐만 아니라 우리는 겸손과 순종과 기도로 지도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이것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기회라고 했다. 또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던 책 구절은 지혜로우신 하나님은 절대 아무런 목적없이 고난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하신것이었다. 영원의 관점에서 선하신 하나님은 결코 우리가 해를 당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으신다는 것이다. 


잊고 싶었던 결혼식 준비과정을 돌이켜보며, 하나님께서는 어떤 목적을 가지셨기에 나에게 그런 고난을 허용하셨을까, 하나님께 많이 물어보고 원망도 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셨던 깨달음은, 하나님께서 세우신 영적 지도자들은 세상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 아닌, 영의 일을 하는 하나님의 일꾼이다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을 위해, 그들의 사역을 위해 기도 하는 자리에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성도로서 순종하며 그들을 축복하고 그들을 통해 많은 영들이 구원되길, 나는 기도해야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항복했다. 하나님께서 그들을 붙들어 주셔서 새로 생기는 가족들을 축복하는 통로로 쓰이길. 


그렇게 축복기도를 하니, 마음에 평안이 찾아왔다. 내 손안에서, 내 마음안에서 놓을 수 없었던, 꼭 쥐고있었던 불만과 미워했던 감정들이 스르륵 풀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통치하심을 느꼈다. 이게 바로 순종이 주는 자유로움임을 느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을 의지하게 되었다. 이 변화의 중심은 “내"가 순종하는 것이 아닌, “하나님"께서 주관하시는 이 파워다이너믹에 내 자신을 맡기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너무 부끄럽지만, 이렇게 하나의 불순종을 고백하고 하나님 앞에 나아가니, 두세개의 불순종이 더 떠올랐다. 내 마음속에 깨달음의 빛이 들어오니, 내 마음에 있던 더러웠던, 고백하지 못했던, 하나님 나라의 가치관들과 대적하는 나의 오래된 생각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예전 같았더라면, 나의 자아가 더 먼저 나아와, 정당화 했었을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를 순종하며 고스란히 기도 자리로 들고가기 시작했다. 내 힘으로 할 수 없었던, 아무리 노력해도 가질 수 없었던, 그들을 향한 긍휼한 마음이 내 마음속에 조금씩 자리잡았다. 그리고 그들을 향한 나의 마음들이 불편함에서 긍휼함 그리고 축복으로 변하는 그 과정을 겪으니 신기하고 감사했다. 


제자반을 듣고 있으면서 아직 제자라고 불러지기엔 부끄러운 모습들도, 발전해야할 모습들도 너무나 많다. 하지만 이렇게 나의 옛모습을 깨고 변화하는 자리에 있으면 언젠간 예수님께서 어여삐 여기실 제자의 모습이 되어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그리고 그 첫번째 스텝이 “순종"임을 깨닫게 해주심에 감사한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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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연님의 댓글

조상연 작성일

나의 추악한 마음과 아직 회개하지 않았던 그 마음을 가장 먼저 드러나게 하신 것이 축복임을 고백하는 선포가 어려움을 알기에 참 귀합니다. 하나님께서 어여삐 여기실 제자의 모습이 되어있는 하경 자매의 모습이 기대 됩니다 :)